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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의 성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그리고 마드리드 왕궁


FC바르셀로나의 팬, 혹은 까딸루냐인들은 위의 제목을 보고 다짜고짜 나의 멱살을 잡을지도 모르겠다. 한대 얻어 맞기 전에 해명 하자면 나는 비틀즈의 고향 잉글랜드의 '리버풀FC' '빅팬'이지 레알 마드리드를 서포팅하지 않는다는 것을 서둘러 밝히는 바이다.


함께 떠나기에 앞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로 가는 길은 매우 간단하다. 지하철 10호선을 타면 '산타아고 베르나베우' 역에 도착 할 수 있고 이정표를 따라 입구를 나오면 바로 경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8월 초의 비시즌 기간에 방문 한 나는 경기를 볼 수 없는 대신 경기장 투어를 하기로 결정했다. 입장료는 19유로로 조금은 비싼 편. 투어 가능한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본론으로 돌아와 일부 타 팀의 팬인 독자들의 질투심을 유발시킬, 어찌보면 자극적인 제목을 붙인 이유는 지난 세기부터 오늘날 까지 유럽의 각 축구 리그의 최강 팀들과의 경쟁의 장인 '유럽 축구연맹 챔피언스 리그'에서 역사상 전무후무한 최초 10회 우승인 '라 데시마'를 달성한 유일한 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 레알 마드리드의 회장은 본 직업이 사업가인 '페레즈'라는 취미가 무시무시한 사람인데, 우리는 가상의 게임 세계나 상상속에서만 이룰수 있는 '슈퍼스타 선수 수집', 이른바 '갈락티코(영어표현은 갤럭시)'라는 이 역시 전무후무한 계획을 성사시킴으로 축구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높은 연봉과 수퍼스타를 상징하는 갈락티코의 일원이 된다는 점, 늘 유럽 최강자 자리를 다투는 유서깊은 명문 클럽이라는 점, 그동안 들어올린 트로피 수가 셀 수 없이 많다는 점 모두 축구선수라면 한번쯤 꿈꿔 볼 목표가 되는것이고 이것이 종종 레알 마드리드의 홈 구장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축구인의 성지라고 부르게 만든다.




하지만 라울, 지단, 베컴, 호나우두, 피구, 이에로, 칸나바로 등등 나와 또래의 세대가 열광했던 '갈락티코 1기'는 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렸음에도 종종 제기되는 운영진간의 불협화음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 자금난을 거치며 페레즈가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조금씩 침체의 길을 걷는다.


(늘 빼어난 미모의 축구 선수들을 영입하며 '외모를 보고 뽑는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하는 레알 마드리드. 다소 우스꽝스러운 외모의 브라질 축구스타 '호나우딩요'는 못생긴 얼굴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에 가지 못하고 FC바르셀로나로 향했다는 설이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단지 프랑스 '파리 생 제르맹' 에서 뛰던 호나우딩요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영입 직전까지 갔으나 중간에 FC바르셀로나로 극적 이적을 했을 뿐.)



몇년간 침체의 시기를 맞이했던 레알 마드리드. 복귀의 칼날을 갈던 '페레즈'는 또다시 회장선거에 출마하며 '메시'와 함께 당대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소속의 포르투갈 출신 '호날두' 영입을 필두로 한 '갈락티코 2기'를 만들것을 공약으로 내세운다.

꿈같은 그의 공약에 사람들이 또다시 홀린 것일까? 타고난 사업가인 페레즈는 회장 당선과 동시에 수려한 외모와 훌륭한 인성에 축구실력까지 갖춘, 당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브라질의 슈퍼재능 '카카'를 이탈리아의 AC밀란으로 부터 영입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뒤 모두가 반신반의 하던 '호날두' 영입을 이적 최고액 기록을 갈아치우며 성사시켰다. 그 외에도 벤제마, 슈나이더, 로벤 등등 유럽을 호령하던 수많은 슈퍼스타를 영입하며 축구팬을 열광시킨 페레즈는 다시금 침체기의 레알 마드리드를 유럽 최고의 명문 클럽의 위상에 맞는 위치로 끌어 올렸다.

지금도 레알 마드리드는 여전히 최고의 인기를 끌어 모으는 호날두를 필두로 베일, 벤제마, 하메스, 토니 크로스, 모드리치 같은 수퍼스타들을 보유하며 각종 우승컵 사냥에 도전중이다.


현재 젊은 층 사이에서 유행하는 '레알'이라는 신조어 역시 이 페레즈 회장의 갈락티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돌 정도. 축구 기사에 연일 소개되는 기상 천외한 영입 소식에 네티즌들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에 '레알이 또?', '레알이', '레알?' 이라는 댓글을 달면서 유래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는 나도 모르니 따지지 마시길 헤헤헤.


여행 커뮤니티에 올릴 글이지만 내가 축구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열을 올렸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여자 빙글러들은 대부분 축구에 관심이 없어 지루하겠지만, 뭐 가끔은 남자 빙글러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도 해야지.


투어는 경기장의 가장 높은 좌석으로 올라가 내려오며 관전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다. 처음 투어가 시작되는 가장 높은 좌석의 구역으로 들어서면 가슴이 뻥 뚤리는 시원스런 경기장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보기만 해도 미친듯이 달리고 싶어지는 경기장의 잔디는 멀리서도 느껴질 만큼 관리가 잘 되어 보였으며 관중석 또한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와 그동안 들어올린 트로피의 진열창이 나오는데 진열된 우승컵이 너무 많아 이게 무슨 트로피인지 일일히 챙겨 보다간 집에 못돌아 갈 수 있으니 중요하지 않은 섹션은 한번 보는것으로 만족하고 지나치도록 하자.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간 레전드들의 영상을 보여주는 화면도 있었고 그들이 실제로 신었던 축구화 역시 진열되어 있다. 호나우딩요, 제라드와 함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선수이자 올해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감독'직을 맡은 '지네딘 지단'의 친필 유니폼도 전시되어 있다.








무시무시한 레알 마드리드 역대 선수들의 개인 상. 축구 선수 평생 수상 후보로 조차 거론되기 힘든 발롱도르들이 신혼집에 혼수로 도착한 밥그릇 마냥 널려있다. 이름을 살펴보면 그 면면들이 축구를 모르는 사람이라도 한번쯤 들어봤을 만 한 살 떨리는 이름들이다.



이것이 '라 데시마'. 챔피언스리그 10회 우승의 상징인 10개의 우승컵이다. 사실 실재로 보면 더욱 멋있고 위엄있게 장식되어 있는데 사진을 이렇게 볼품없이 찍은 이유는 수많은 관광객이 너도나도 할 거 없이 트로피 앞에서 쉬지않고 사진을 찍기 때문이다. 그들이 계속 트로피를 가리는 통에 비스듬히 옆에서 찍어야만 했다.



레알 마드리드 엠블럼의 변천사.

레알 마드리드의 풀 네임인 'Real Madrid C.F'는 왕가를 상징하는 'Real(영어표기Royal)'과 축구 클럽을 의미하는 'C.F(Club de Football)'가 합쳐진 것이다. 독재자 '프랑코'의 지지 하에 큰 번영을 누렸던 레알 마드리드의 엠블럼에 '왕관'이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프랑코에겐 눈엣가시였던 '까딸루냐 지방'과 그 까딸루냐를 상징하는 'FC바르셀로나'와의 악연은 바르셀로나 '캄프 누'편에서 보다 더 자세하게 다루겠다.



이제 지상으로 내려와 경기장을 보다 더 가까이서 바라 볼 수 있다. 

정말 멋진 경기장.

처음엔 투어만으로 만족 할 생각이었는데 드넓은 경기장을 보자니 정식 시합을 못보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는 바르셀로나의 캄프 누와는 다르게 코칭 스텝과 선수들이 앉는 벤치에 앉아 볼 수 있었다. 아..여기 호날두형이 앉았었다니..(호날두는 나보다 한살 많다.)





마지막으로 라커룸과 기자회견을 하는 미디어 센터를 방문했다. 실재 선수들이 사용하는 라커와 샤워실, 화장실을 보니 기분이 묘 했다. 미디어 센터에서는 멋지게 사진도 찍고 싶었지만 찍어줄 사람도 없고 사진을 찍기 위해 긴 줄을 서있는 사람들을 보고는 포기했다.


입장료가 만만치 않은 투어였지만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만약 나같이 비시즌에 마드리드를 방문 한 여행자라면, 또는 축구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투어를 해 보는것도 알찬 마드리드 여행이 될 것 같다. 물론 경기를 직관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말이다.


자, 이제 해가 더욱 지기 전에 '마드리드 왕궁'으로 가 보자!




지하철이 잘 되어있는 마드리드는 궁전을 가는 방법도 간단하다. 2호선 또는 5호선을 이용하여 Opera역에서 하차한 뒤 도보로 5분만 걸으면 웅장한 규모의 왕궁을 만날 수 있다.

입장료는 어른이 10유로이며 하절기는 10:00-20:00까지 동절기는 10:00-18:00까지 운영된다.



원어명 'Palacio Real de Madrid'라고 하는 마드리드의 왕궁은 동쪽에 있어 '오리엔테 궁전(Palacio de Oriente)' 이라고도 불린다. 스페인 왕실의 공식적인 거처이지만 실제 왕족들은 이곳에 거주하지 않고 교외에 '사르수엘라 왕궁'에 거주하고 있다. 현재는 국가적 행사를 거행하는데 사용되고 있으며 사용되지 않을 때에는 일반인의 방문이 가능하다. 

9세기 이 왕궁의 부지는 당시 스페인의 수도인 톨레도를 견제하기 위해 무어인들의 요새가 지어져 있었으나, 1085년 스페인 세력이 다시 이 곳을 되찾고 카스티야 왕들이 이따금 찾는 곳이 되었었다. 그러던 중 14세기 펠리페 2세는 왕궁을 이곳으로 옮겼고 1734년 대형 화재로 왕궁이 소실되자 당시 왕이던 펠리페 5세가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 자리에 목재가 아닌 석재와 벽돌로만 건설하도록 명했다. 건축에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건축가인 '프란치스코 사바타니'를 비롯한 다수의 건축가가 착수했고 궁전 북쪽의 웅장한 정원에는 프란치스코 사바타니의 이름을 딴 정원이 만들어졌다. 그 뒤로 1764년 카를로스 3세가 처음으로 이 건물을 왕궁으로 사용했다.

이 왕궁은 실제로 간다면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방은 무려 2800여개에 달하며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보다도 그 규모가 크다. 일반에 공개되는 방은 50개 남짓이지만 화려한 방들과 벨라스케스, 고야 등의 스페인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다수 보관되어 있어 방문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로 나는 입장하진 않았다. 그러한 시간적 여유도 없을 뿐더러 베르사유 궁의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치는 관광에(난 개인적으로 정원이 더 좋았다) 이곳에서 까지 돈을 들여 입장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궁전은 밖이서 바라봐도 커다란 규모에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된 모습이었다. 남쪽에 궁전의 정문인 아르메리아 광장이 있고 그곳엔 '카를로스 1세'의 갑옷이나 영웅 '엘 시드'의 검 등이 전시된 무기 박물관이 있다. 매월 첫째 수요일엔 궁전의 위병 교대식이 있다곤 하나 크게 흥미가 가진 않았다.




궁전 정문 맞은편엔 1993년 준공 된 '알무데나 성당'이 이 있는데, 왕궁에 못 들어가 본 나는 아쉬운데로 무료 입장이 가능한 성당 내부로 들어가 둘러 볼 수 있었다.


소소한 아름다움이 있는 성당 내부의 모습.




마지막으로 궁전 동쪽엔 '오리엔테 광장'이 있으며 아름답게 가꿔진 꽃들이 조경을 더욱 돋보이게 해 주었고 그 중앙에는 '펠리페 4세'의 기마상이 위엄있는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마드리드에서의 모든 일정이 끝났다. 마지막으로 숙소가 있는 마요르 광장 근처로 돌아온 뒤, 잠시 광장 주변을 살펴 보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시끌벅적하고 활기차다. 장기를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준비한 퍼포먼스를 하며 광장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었고 사이드에 깔린 레스토랑의 노천 테이블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기 위해 밝은 목소리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 옆에 위치한 '산 미구엘 시장(Marcado de San Miguel)'에 잠시 들러 보았다. 생각보다 최신식 시설을 갖춘 마켓은, 마켓치는 역시 생각보다 비싼 물가로 개인적으로 나에겐 이곳이 한국인에게 왜 인기인지 약간은 의문을 품은체 숙소로 돌아왔다. 


어느정도 할 건 다 했다 생각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에선 머문 기간에 비해 생각보다 바쁘게 돌아다닌거 같아 광장이나 공원에서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게 문득 떠올랐기 때문이다. 한정적인 관광으로 아직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마드리드지만 언젠간 기회가 된다면 그 때는 마드리드 골목골목을 돌아다나며 여유를 즐기고 온전히 마드리드를 느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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